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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죽 나무 - 도종환님
여우별 fjqm
2011. 9. 26. 11:12
가죽 나무 - 도 종환님
바쁘다 바뻐.... 이말을 마치 훈장처럼 입에 달고 사는 나는...언제 하늘을 쳐다보았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.
그래서 가끔 나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이런 시들이 필요한것이 아닐까요~ 존경스럽습니다. 도종환선생님...
가죽 나무
- 도 종환님
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
내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
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
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
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
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
다만 보잘것 없는 꽃이 피어도
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
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
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
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
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
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
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
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
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
하늘 한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
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
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
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
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
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
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
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
많은 사람들이 이런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세상은 정말 행복한 세상이 될것입니다.
정말 오랜만에 시를 하나 올리는데 제 마음이 이렇게 행복해질수있다니 시의 힘은 대단합니다.